시인의 편지 삶의 지식 창고

악기가 하나 있습니다. 낡고 늘어진 줄을 바꾸려고 합니다. 다 풀어내고 새것을 묶을 때 설렘 끝에 문득 이런 생각을 합니다. 과연 새 줄에서는 어떤 음색이 날 것인가. 마음을 내보일 만한 친구를 생각하면서 줄을 감고 풀어 맞추면 그 친구를 닮은 음색이 나오지 않을까? 오래전부터 악기를 켜듯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말만이 아닌, 그런 편지를 쓰고 싶었습니다.    - 장석남
도서관에  갔다가  마치 무슨   선물을  받은 듯  반가웠다.
내가  좋아하는  두  시인이  함께,   이런 책을  펴내다니.  (다기는  행복한  독자예요.ㅎㅎ)

때마침  난   가까운  지인에게   내용이나  형식면에서  굉장히   허접한  손편지를  보낸 뒤라   이  책을  읽는 내내   
내  편지를  받고  읽어주신  그 분을  생각하니   부끄러워  어디에  숨고  싶었다.
정말  얼굴이  다   화끈거렸다.

시인들이  쓴  편지와  내가  쓴  편지 사이의  그  엄청난  괴리감.
난  왜  이런  편지를  쓰지  못하는  걸까.   아니,  왜  흉내도  내지  못하는 걸까.
-  엄청  게으른데  마음만  앞서다 보니  늘  쫓기듯  허둥지둥  급하게  써내려 가잖아.  생각을  거르지도  못한 채. 
그리고  결정적으로    넌   시인이  아니니까. ㅋㅋㅋ



***


<좋은생각> 홈페이지에  공개적으로 주고받았던  서른 통의 편지들을  모은 책.
2010년 2월  강원도 인제에서  봄소식을  기다리며  장석남  시인이 보낸  첫 편지는  광주의  나희덕  시인과    봄과  여름을  지나며 이어진다.  

막역한  사이인  두 분은    자신들의  일상,  자연의  미묘한  변화,  현정세에  대한  걱정,  그리고  즐겨읽는  책이나  고전의  한 구절 등을  인용하면서  담백하고  진솔한   필담을  주고  받는다.
그 사이  장석남  시인은  가장  가까이  모셨던  스승을   떠나보내고,   나희덕  시인은  여동생을   사고로  잃고...
군더더기  없이  나직하고  따듯한  문장으로  서로의  아픔을  위로하고  어루만지는  글들을  읽으며  나 역시  위로 받고...

장석남  시인은  산문도  그랬지만  편지도  참  시적으로  쓰셨다.
특히  p. 84~88 의   편지글은  너무나  아름다웠다.
그리고  그  편지에  대한  나희덕  시인의  답장도    굉장히  인상깊다. (p.89 ~93)


***


내가  시인들처럼  아름다운  편지를  쓰지  못한  이유는   시인이  아니여서가  아니라  그동안  시인의  마음으로  살지 못했기  때문이다.
아주  당연하고  뻔하기 까지한  이유이지만   그렇기에  늘  잊어버리고  쉽게  넘어가는  이유이기도  하다.

괴상하고  흉측한  사건 사고도  많지만  아직은  아름다운  이 세상, 시인의  마음으로  착하게  살아야지.
그러면   언젠가   내게도   한편의  시같은  편지를  쓸  날이  오겠지.
그런  편지를 보낼 수 있는 날들도.    희열다기    


백아의 거문고 소리에 깊이 공감하던 나무꾼 종자기를 기억합니다. 지음知音. 자신의 소리를 알아듣는 친구를 만나는 것만큼 마음 든든한 일이 있을까요. 지난겨울부터 여름이 다할 때까지 우리가 주고받은 편지들은 어떤 선율을 지니고 있을지 궁금합니다. 우리가 함께 나눈 시간과 풍경을 여기 동봉합니다. 오래된 노랫말처럼, 누구라도 그대가 되어 받아 주시길.  -  나희덕

드디어 이발관! 노랫소리

#   언젠가  이발관

-  언니네 이발관

이젠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시간들
당신이 없는 길을 미쳤나요 내가 왜
홀로 그 곳으로 가나요
그 아픔 잊었기에 이제는 사랑해요

같은 색을 만들어
같은 색을 나누어
우리 둘이 함께 칠해요

이젠 볼 수도 느낄 수도 없는 시간들
당신이 없는 길을 미쳤나요 내가 왜
홀로 그곳으로 가나요
다시는 볼 수 없는 그대를 사랑해요
언젠가 다시 만나면

같은색을 만들어
같은색을 나누어
우리 둘이 함께 칠해요
11월  초,  석원님  일기를  읽다  콘서트  얘기가  있어  깜짝  놀랐다.
6집  나오기 전엔  콘서트  않한다길래   단념하고  있었는데   암튼  정말   다행이고,  고맙고...
어라,   티켓 오픈날이  얼마 안 남았네?

그동안   인터파크  회원 가입하는 것도  귀찮고 (사실은  어렵고 - 지금  생각해 보면  도대체   뭐가?)해서  번번히  콘서트 한번 가는게  무슨 큰 일을 하는 것 같았다.
- 부활콘  갈 때도  미꿀  남편의  아이디로  몰래  예매 (곧,  당연히  뽀록났지만^^)했었다.
근데   생각해 보니  인터파크  회원가입하는게  무슨  큰  일이라고,   게다가   내가  지금 아니면  언제 또  이발관의 
평일 공연을  볼 수 있겠는가  말이다.

그래서  과감히!  내  신상을  홀라당  팔고  회원 가입,   11월  24일  오후 2시  티켓 오픈과  동시에  광클에  도전했으나 예매창  열리자 마자   앞자리는  이미  지정석 화면으로  바뀌고... 스탠딩  공연인데  예매 가능한  자린 300번대  후반쪽.
에라~   모르겠다  이거라도 하는 심정으로  클릭했더니  이미 지정됐다는  자막만  뜨고...  이러다간  눈 앞에서  예매 실패를  할 수도  있겠단  생각에 (그때  내 머리속은  이미 패닉상태) 멀찌감치 400대  쪽  자릴  클릭,  정신없이  예매 끝내고 보니  492번.
우아앙~~ 나  키  작은뎅...  내 앞에  키 큰  사람이나  대두가  있음  정말  낭패.ㅠㅠ
하지만  그래도  자린 확보.  야홋!!!!

다음 날,  기사 난 걸 보니  3분 만에  매진이란다.
근데  너무 아쉬운 건  26,27일  이틀 공연인데  26일만  성공했단  말씀.ㅡ.,ㅡ;;
이틀 모두  예매한  사람들은  정말 대단한 것 같다.

10년 넘게   팬이였음에도  불구하고  콘서트는  이번이  처음.
-  게으른  팬인  다기는   그동안  티켓팅하는 법도  잘  몰랐고,  티켓 오픈 때는  근무중  눈치보느라  광클은  커녕  컴도  잘  못했었다. 흑흑
이래서  백수가  좋은 것이여~~ㅋㅋ

암튼  이때부터  내 맘은  콩닥콩닥 설레기 시작하고,  그날에  뭘 입고 가야할지 고민 고민.
공연장인  홍대 v홀  찾아가는  길과   공연 후  잠은  어디서 잘지 숙박할 곳도  알아보고,   이발관  노래들도  복습.
아직  한 달이 더  남았는데   시간은  또  왜이리  않가는지...

이발사들에게     좋은 모습을  보이고 싶어  다이어트도  생각했는데  정말  생각에만 그침. ㅡ,.ㅡ;;
평소 기간보다  조금 더 앞당겨  염색도 하고.ㅎㅎ
공연  품격(?)에 맞는  새옷도 살까 하다가  말았다.
그날  엄청  춥다고 하던데  그냥  꽁꽁 싸매고  갈란다. 
어차피  운동화 신고 갈건데, 뭐.  (스탠딩엔  운동화가  진리.)

이러쿵 저러쿵  시간은  흘러  12월 25일.
내게  오늘은  크리스마스고 뭐고  그냥  이발관 공연 D-1일 뿐.
기록은희의  시동생 결혼식에  밥먹으러  가기로 했지만  아침부터  몸이  으실으실.
심한 건 아닌데  어째  뼈 마디가  아픈 것 같다.
내가  너무  긴장했나? 
-  다기,  촌스러워~~~^^

결혼식이고 뭐고  오늘은  그냥  쉬어야겠다.
얼마만에  가는  이발관인데   아프면 안되지,  암 ~~
급한대로  냉장고에  있는  쌍화탕  마시고  이불을  뒤집어 쓰고  누웠다.
조금  쉬었다가    끼니 때마다    잘  챙겨먹고  다시  이발관  앨범  복습 모드.
셋 리스트가  어떨지  모르겠지만  다  따라  부르리라.   우 하하하 ~~~~~~

이.렇.게.  다기의  서른다섯 번째  크리스마스가  지나갔다.



***


두둥 ~  드뎌,  드뎌  다기가 
지금  만나러갑니다!

스탠딩 공연에  맞춰  짐을  최소한  줄이고,  복장도  최소한  간단하게  (꽁꽁 싸매고),  비상약까지  잘  챙겨서(공연을  즐겨야 하는데  아프면  안되니까!)   집을  나섰다.
혹  모르니  사인 받을 것을  대비해  4집 (여기엔  내가  제일  사랑하는 곡이  들어있음.)과  3집 (석원님에게  가장 의미있는 앨범.)앨범  재킷을  가방에  넣었다. ㅎㅎ
바깥 풍경들이  모두  아름답게만  보이고   다기의  얼굴엔  웃음이  가득.
제발  공연 보고  올 동안  모두들,  그리고  온 세상이  다  평안하기를.

일단  내 계획은 ~~
동서울에  도착후,   강변역  주변의  찜질방 답사. 
- 혹  공연이  일찍 끝나면  막차타고  내려올까 하는  생각도  했었음.  왠지  서울에서  혼자 자는 건  무서워~~~
(다기,  나이들더니  겁이 많아졌다.)
혹  막차가  끊길 수도 있으니  잠잘 곳을  챙겨두는 건  필수. 
엄청  춥다고 했으니  추위에  약한  다기가  헤메지않게.  동선은    최대한  짧게.

그 후,  홍대로  고고!
v홀  탐방 뒤,  
공연이  늦어질 것에  대비,  플랜 B  - 홍대 주변  찜질방에서의   숙박을  위해  또  찜질방 답사.
이 모든 것을  끝낸 뒤,   여유로운  저녁 식사.
그리고  7시 40분  입장 시간에  맞춰  v홀  입성.
내 계획은  치밀했고, 정보수집 또한  훌륭했다.

그.런.데.
오잉?  분명  홍대역 5번 출구로  (맞게) 나왔는데... 어?  근데  여긴  도대체  어디?

인터넷으로  검색한 바로는  5번 출구로 나와  커피빈과 던킨 도너츠 사이 골목으로 쭉 가다 횡단보도  건너서  바로  지하,라고   했는데  내가 나온 출구엔  그러한  것들이  하나도  없었다.ㅠㅠ
무작정  용감히(사실은  무모하게)  이리저리  돌아다니다  내 특기를 살려   지나가는  사람들에게  물어보았더니  너무나  친절한  사람들.
몇 몇은  v홀 자체를   모르는 사람들이였지만 (v홀이  건물  지하 3층에  살짝  숨어있어서  많은 사람들이  모르고 있었음.) 모두들  자신들이  아는 한에서  최대한  자세히   가르쳐 주려  하셨다.
엄청난  길치인  다기,  길을  물을 땐  늘  상당히  겸허하고  예의바른  사람이  되므로  다들    상냥하고  친절하게  가르쳐 주신다.ㅎㅎ

그나저나  알고 봤더니  내가  알아 본  인터넷  정보는  좀  오래된 것이여서    v홀은  내가 나왔던,  새로생긴  5번  출구말고  예전 5번  출구로  나와야  한다는  사실.
그 후에도  다기는  굉장히 많은 사람들에게  묻고,  또 묻고 (잘  가르쳐줘도  길치인  다기는  잘  못찾기  때문에  여러번  물어봐야 한다.흐흐) 강추위에  콧물을  질질  흘려가며   힘들게  v홀 입성.
- 내가  마지막으로  물어 본  아저씨는   자신도  잘  모른다며  휴대폰을   꺼내더니  (뭐 그렇게까지  하지 않으셔도  되는데,하하!)네비게이션 검색을 해서  영상 지도를 보며   건물 하나 하나까지  다  찾아 주셨다.
근데  우리 위치가  바로     v홀   코앞이였음. ㅋㅋㅋ
 
우이~  찜질방  탐사는 커녕,  v홀  찾느라  시간이  다 갔네 그려.
일단  요기는  해야하므로  (스탠딩 이잖아!) v홀이 있는   건물의  1층 카페에서  커피와  치즈브래드 set를  먹었다.
어찌나  추운지  주문을  하는데   말이  자꾸  버버벅,  버버벅.
 서울 말은  끝에만  올리면  되는 거  아니니~~?

순간  당황한 듯한  알바 언니에게   너무  추워서  입이  얼은 것 같다고,  그래서  말이  잘  안나온다고  징징징.
친절한  알바 언니는  활짝  웃으며   괜찮다고,  천천히  주문하시라  했다.
 
우왕~~  서울  사람들은  이렇게  다  친절한거니~~?


암튼  우여곡절 끝에   다기는  간신히    저녁식사를  마치고,  (이발사들  영접을 위해) 양치까지  깨끗히 하고,  지하 3층으로  고고!

스탠딩 공연은  처음이라  미리  이것저것  예습을  했는데  번호 순서대로  입장하지만   입장한  뒤엔  자기가  원하는 자리에  설 수 있다고 했다.
-  가령 1번 이라도  뒤에서  보고 싶으면  맨 먼저  입장해서  뒤로  가면 됨.

난  620번 중  492번이라  앞 자리는 어느 정도  단념했고  그저   이발사들  얼굴이라도  봤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근데  오잉?   먼저  입장한  사람들 중엔  뒷쪽   좌석에  자리잡은  사람들도  많았다.
26일  공연  컨셉이  '월요병'이라  그런 듯. 
덕분에  난  약 200번 대  후반이나  300번 대  중반 쯤  되는  자리에서  공연을  볼 수 있었으니... 
-  나  꽤  착하게   살았나봐요!^^

사람들이  속속  들어오고  사람과  사람들 사이  작은  틈이  생길 때마다  다기는  쏘~옥!  쏘옥!  파고  들어갔다.
다른 사람들의    불만이   나오지 않을만큼, 아주~~ 빈틈없이, 교묘히. ^^
허걱!  근데  내 앞엔  멀대같이  키 큰  남자 사람.
-  괜찮아.    옆 틈새로  이발사들은   볼 수 있겠어.  충분히!


생각보다  아담한  무대.
이발관의   녹음 스케치와  연주가  흐르고...
아직  깜깜한   무대  위로  앗!  이발사들이  잠깐  모니터링 하러  나왔다.
근데  모든  조명을  끈  상태였고   관객들도  그냥  모른 척(?)하는  분위기.
-  아!     근데도  난  다  보여요.   당신(석원님)의  그  뽀루퉁한  얼굴.  
제가  정말  당신을  만났군요.  이렇게  같은  공간에,  우리가  함께군요. ~~~~~~~~~~~~~~~~~~~~~~

뭔가  조금  맞춰 보더니  굉장히  시크하게  "괜찮은데?"  한 마디 하고  다시  들어가신다.
음향 상태  꼼꼼하게  체크하기로(사실  엄청  까다롭기로)  소문난  석원님이  괜찮다고 하시니  이번  무대 음향은  정말  훌륭할 듯. (최고의  엔지니어를  초빙했다 함.)

 이어서  5개국어로   월요병 콘서트  안내 방송이 흐르고 ~
꺅~~~~  조용히,  그러나  엄청난  아우라를   폴~폴~~  내뿜으며   성큼 성큼   이발사들  등장.
첫 곡부터   다기가  라이브로  꼭  듣고 싶었던  4집 버전의  꿈의 팝송!  
-  다기가  가장  사랑하는  이발관  노래.   어머,   처음부터  이러시면  어떡해요.  ㅠㅠ  (이건  감동의 눈물임.)

이때부터  후회막심.
내일  (27일) 표도  어떻게든  구해야 했어.
낼은  그냥  스트레이트로  음악으로만  달리는  공연이라던데.
아... 이 게으르고  소심한  팬같으니라구!  흐흐흑.

석원옹의  짧은 월요병 소개. 
으악!  이  아쟈씨,  정말  뽀루퉁한  얼굴을 하고선  오늘도  변함없이  '화 안났어요' 티  입고  나왔네.
공연을 위해  빵을  끊었다고 하더니  살도  빠진 것 같다. 우와...  영상 속에서 보던  그 모습  그대로.  이렇게  귀여운
마흔한 살  이라니...

이어  대회장님 (금동이)의  인사
금동이는   생각보다  더  우람하고 , 씩씩하고. (정말 79년생  맞냐? ^^)
으악~~~~  우리  공룡 이발사 (룡자)는  완죤  초딩스런  얼굴.
청초한데다  동안인 건 알았지만   정말  애기네, 애기.
꼬질이  후배, 남진이 (노암초등 1학년)랑  완전  판박이,  쌍둥이라고 해도  믿겠네. 호호!
그  여리여리,  낭창낭창한  몸으로  기타는  또  어찌나  잘 치는지,  와...  정말 너무나  놀라웠다.

짜자잔~
이어서  본격적인   월요병 시작.
*  이발관  구린 노래  선발전
이발관의  노래 중  구린 노래  6곡을  골라  토너먼트  형식으로  가장  구린 노래를  뽑은 뒤,  1등을  한  노래의  작곡자가  벌칙을  받는다.

1 라운드
무명택시  vs  남자의 마음  ( 무명택시 승) 
-  둘 다  석원옹이   작곡.
2 라운드
거북이  vs  The cup  only  knows  (거북이 승)
-  거북이는  석원옹,  The cup  only  knows 는  룡자가  작곡. 
The cup  only  knows는  룡자와   요조가  함께 만든  프로젝트 그룹  '토털 서비스' 의 곡이라 함. 
석원옹은   팀 이름이  정말  구리다며  킥킥킥. 
글구  룡자를   가리키며  '얜 항상  독립해서  뭔가를  할려고'  한다며  투덜 투덜.
3 라운드
해바라기 vs 안녕  ( 안녕 승)
-  둘 다  룡자가  작곡. 
석원옹 왈  " 이 곡들은  솔직히  구리진  않지만  만든  사람처럼  존재감이  없어요. 심지어  두 곡이  다  비슷하기 까지 해.ㅋㅋㅋ"

결국  거북이  우승!
-  석원옹은  이 노래 부를 때  룡자가   코러스를  제대로  안해줘서  더  구리게  들린 거라며,   그나마  들을만한  부분이  그  코러스  부분인데   그걸  않해주면  어쩌냐고  투덜 투덜.   

그러면서  안구린  노래  대표곡을  하겠다며   깊은 한숨.
아!  룡자의  기타가  빛을 발한다.
후반부에   잼을  했는데  와우!  진정 이런게  밴드 음악이고  공연의  묘미구나 싶었다.
이  사람들,  합주를  정말  많이  했구나,하는  느낌.
마이크를  리코더 쥐듯  붙잡고  곱게 (?)노래하는   석원옹도  연주하는 것 같았다.
마이크 연주.ㅋㅋ

이어서
*  책 읽어주는 이발사들
룡자 -  책 대신  이터널 선샤인 DVD를  갖고 왔다.
기타칠 때완  달리  너무나  쑥쓰러워하며  줄거리 전체를 조곤조곤 다 말하고.
5~6번을  봤는데  볼 때마다  전에  못봤던  것들이   발견되고  또  새로운  것들을  알아가게 되는 것 같다고...
그러면서  끝에  "잘은 모르지만." 이라고  덧붙였다.  어유~   겸손하기까지.

그러더니  석원옹의  지시(?)로   이터널 선샤인 속  음악  건반 연주.
이어   룡자의  기타에  맞춰  석원옹의  100년동안의 진심.
두 눈은 질끈 감은 채,  두 손을  곱게 모아  경건한  자세로  마이크를  쥐고,  저  뽀루퉁한  얼굴로  부르는  노래가 
어쩜그리  아련한지.
게다가   그  고운  음색은  또 어떻고.

석원옹의  표정과  목소리,  그  오묘한  부조리를  느끼며   난   이런  생각을 했다.
오늘 공연을  위해(목소리를  보호하기 위해)  얼마나 많은 시간을  침묵으로  견뎠을까,   또  얼마나  많은   외로움의
시간들을  빵없이  버티셨을까하는.
그런  생각들을 하고 있자니  맘이  다  뭉클해졌다.

노래가  끝난 뒤,  룡자가  로또 추첨처럼  상자안의 공을 꺼내  추첨 번호를  불렀는데  491번. 
윽!!!!  이 무슨  일인고.   한끗 차이로,  정말 한끗 차이로  못 받았다.  룡!  이 누난 492번  이라구~~~ 흐흐흑

금동이  -  책을  잘 못(않)읽지만  만화는  정말  좋아한단다.
그래서  가져 온것이  월E  DVD.  시원 시원한  말투와  음성으로  성대묘사는  또  엄청  귀엽게 해줌.
 "이바 ~" 라는  말,  은근  중독성있다. ㅋㅋ
그리고   덩치는  산만한  남자가   되게  순진무구한  웃음을  흘리며  요렇게  말했다.
"월E만  있으면  난  살아요. 외롭지 않아. 흐흐"

갑자기   귀에  익은  음률이  들리면서
석원옹이  데자뷰를  부른다.
우와~  설마했는데  이 노래까지  들려주시다니.   다기,  계탔어요~~~~^^

노래가  끝난 뒤,  이 노래하면  생각나는 사람이 있죠? 하면서  특별 게스트  민규님  등장!
캭 ~~~~~~~~~~~ 다기,   전생에  나라를  구하는  사람옆에서  그 사람의 땀 한 방울을  닦아 주었나 보다.  
-  오늘  정말  계탔구나,   계탔어!
폭신 폭신해  보이는  스웨터같은  가디건을  입고  나온  민규님. 
그래서  약간   푸우 같았지만  (그래서  내  맘은  좀  우울해졌지만)그래도  좋았다.
-  난   영화  <크리스마스의 악몽>에  나오는  그  양복입은 해골 캐릭터 같았던,  예전의  민규님 모습이  더  좋다.
추워보일 만큼  깡말랐던   민규님이  (내 눈엔) 더 멋졌는뎅... 

민규님은   "석원씨가  말도  세게하고 해서  겉으로 보기엔  굉장히  강해 보이지만  사실은  굉장히  여린 면이  있어요.  어쩌면  저보다  더  여린 친구예요.   오히려  제가  더  과격하고. 흐흐흐.  예전에  같이  모소모 활동하면서  인디씬에서  말도 않되는  음악 얘기들로  밤새워 토론하던  때가  생각나네요.    석원씨가  제게, 또  우리  델리스파이스에게  자신이  도울 수 있는 일이 있다면  언제든  달려가겠다는  얘길 해준적이  있어요.   저역시  석원씨가,  또  이발관이  절  필요로 하면  언제든지,  지구 끝에서라도  달려오겠다는  얘길 해주고  싶어서  이렇게 왔습니다." 라며   푸훗을  불러 주셨다.
그리고  석원옹과  뜨거운  포옹 뒤  무대를  내려가셨고,  그  길을  울  룡자가  다소곳이  배웅.^^

이어  약 30%정도  완성된  6집의    미발표곡  잠깐   들려주신뒤,
석원옹이    성기완 시인의  시집 <당신의 텍스트>와  3호선  버터플라이 2집 앨범을  들고  나오셨다.
먼저  금동이를  시켜  '꽃' 의   낭송을  시켰으나   우리의  금동이는  "형!  이걸  읽으라고?  나보고?  난  못해~~~~"라며  발뺌.
이에  석원옹은  시간 없다고,   공연  1시간  30분이면  끝난다고 , 빨리  낭송하라고  채근. 
또다시  금동이가  칭얼대자  그럼  이  시를  읽으라며   '닐 영은  닐 영'을  낭송 시킴.
-  그나저나  오잉?  고작  한 시간  반?  두 시간  아닌감요?  이미 시간이  많이  지난 것 같은데  낭송이고  뭐고,   노랠 들려주세요.  노래~~~~ㅠㅠ 
다기는  이때부터   싸이렌이  울릴까봐   어찌나  가슴졸이며  공연을  봤는지  모른다. 
월요병은  끝남을  알리는  싸이렌이  울리면  앵콜도  없이  무대를  접는다고 함.
그건  아니 아니,  아니되오!


이런  내 마음을  아는지  모르는지  석원옹은  '자목련  블루스'도   낭독하시고,  자신이  힘들 때  많은  위로가  돼 주었던  키스자렛의   The melody at night with you앨범 얘기와  에릭 클렙튼 전기에  대한  얘기도  들려주셨다.
그리고  위의 모든 것 (자신이  소개했던  시집, CD, 책)들을  추첨을  통해  모두  나눠주셨다.
'화 안났어요' 티셔츠  3장과  함께.

종 종  석원옹의  일기를  통해  위  물건들에  대한  감상과  그것들이  옹에게  주었던  감동을  알고 있기에  난  더욱  감동받을 수 밖에  없었다.
소인배  다기는  내가  아끼는  물건들을  쉽게  다른 사람들에게  주지 못한다.
특히  책이나  CD는  더 더욱.
근데  옹은  이렇게나   화끈하게  베풀 줄  아는 사람. ㅠㅠ (이것도  역시  감동의  눈물이예요.) 
다기는  뭐하나  당첨되지  못했지만   하나도   아쉽지 않았다.

정말  좋은 노래가  많은데  많이  알려지지  않는 것이  너무나  아쉽다며   석원옹이  내영혼의 마지막 한방울을  불렀다.
다기는  처음 듣는 노래.(3호선  버터플라이 2집에  수록.)

이어서   연속으로  노래 네 곡. (다기의  바람을  읽으셨군요!) 
울면서 달리기
작은마음
순수함이라곤 없는 정
우스운 오후

와...  더 이상  무슨 말이 필요하리오.  이것이  이발관이다!라는 걸  보여주는  연주와  노래.
근데  한편으론  걱정이 됐다.
시간이  얼마 없는 것 같은데  왜  아직 나를  잊었나요와  아름다운 것이  안나오는지 (물론  이 두 곡은  앵콜곡일  확률이  많지만).

싸이렌이  울리까봐  조마조마해 하고 있는 내게    석원옹이   하시는 멘트는  "이 곡이  마지막  곡입니다."
그러면서  달리는  청승고백.

  우이 ~  하나도  안 믿어요.  하지만  이러시면  정말
 
아니 아니,  아니되오!

노래가  끝나고  이발사들이  무대에서  내려가도  관객들 (아니,  동반자들)모두  자리를  떠나지 않았다.
모두들  하나된  마음으로  "앵콜! 앵콜!!"을  연호하고...  다시  등장하는 이발사들.
- ㅋㅋ  이미  그럴 줄  알았지만  혹  이대로  끝내시면  어쩌나  엄청  쫄았더랬다. 
하긴  아직  싸이렌도  울리지 않았고,   나를 잊었나요와  아름다운 것도   않했잖아.

오잉?  근데  앵콜곡이  뜻밖이다.
바람이 부는대로
수증기(처음엔   무슨 노랜지 몰라  어리둥절 했는데   데이트리퍼 1집에  수록.)
너는 악마가 되어가고 있는가
-  이때부터   댄스머신,  오감댄스의 황제  석원옹의표정은  뽀루퉁,  고개는  좌우로  까딱 까딱,  양 팔은  허우적 허우적,  다리는  어정쩡.   이모든게  불일치하게   움직이는,  흡사  갖고픈  장난감을  엄마가  사주지 않자  땡깡부리는  5살    남자아이같은   몸부림이   시작됐다. 계속 이 상태로   의외의 사실까지  달리고  무대를  내려가는  이발사들.

또다시   동반자들의  앵콜 요청(이라 쓰고  구걸이라  읽는다.ㅎㅎ).
사실  이발사들에게  좀  미안했다. 
모두들  너무나  열심히 해주셨는데  자꾸 또 해달라고  조르는 것 같아서.
 특히  의외의 사실  부르실 때   기력이  딸린  석원옹,  음정 박자  다 틀리고  나중엔  목소리까지  잠기셨는데...ㅠㅠ
저러다 쓰러지시는 건 아닌지  걱정이 됐다.

게다가  낼  공연도  있는데...  나를 잊었나요와 아름다운 것을  못 듣는다해도 (특히  아름다운 것의  그  아름다운  떼창을  놓친다는게     정말 너무나  아쉽지만  제겐  옹의  목소리가  더  소중하니까요.)  괜찮다고  생각하고  있을 때쯤  다시  무대위로  등장하는  이발사들.
-   무리하지 않아도 되요.  여기까지 만으로도  충분히 대단했어요.
당신들의  음악,  그  음악에 대한  진심이  충분히 전해졌어요.  흐흐흑

그러나   이발사들은,  아니  우리들은  또다시  달리고~   달리고 ~~
드뎌   나를 잊었나요가  나오고  feel충만하신  우리의  석원옹,  다시  춤추신다.
이번엔  요상한  '꺽기'까지  보여주시고.  (혹  브레이크 댄스였나요?^^)
무대 아래  동반자들도  모두들  허우적  허우적.
이것이  바로  우주를  유영하는  우주선에  함께  탑승한  동반자들의 모습이구나.
이렇게  100% 음악으로  꽉찬 공간에서   밤새도록  함께  놀았음  좋겠다고  생각했다. 하하.
열정적인  무대를  마친 뒤,  옹이  또  말씀하신다.
멘트로   숨을  좀  고르시려는  것  같았다.
아름다운 것은   그냥   연주만 해줘도 된다고  생각했다.
옹은   좀  쉬시고   동반자들이  부르면  되니까. 그래도  우린  함께하는  거니까.

근데  장난끼 가득담아   (인디 음악계의  나쁜남자답게)  사악한   기운을  내뿜으며   "오늘은  아름다운 것  않할거예요.   무명택시 가자.  이게  오늘  벌칙이야." 

동반자들 " 악~~~~  안돼요!  아름다운 것~~~~~~~~~~~~~~~~~~~~~"
정말  않할거라며   무명택시  몇 소절을  부르다  뒤돌아 서며  금동이에게 " (드럼)쳐 드려"
이윽고  울리는  금동이의  그  힘차면서도  부드러운   연주.

이어서  내가  수없이  반복해서  들었던,   노래방 18번이자  내  주제곡이기도  한  아름다운  노래가  시작 되었다.
 "라랄라 ~ 라아 ~ 우훼 ~ 우우 "
우주선 안의   동반자들이 모두  함께 두둥~실   떠오르는 것 같았다.
한 시간 반을  훌쩍  넘겨   세 시간  가까이  달렸던  내  다리의  아픔 따윈  모두  잊은지  오래.
-  하하! 난  괜찮아요.  괜찮아요.  후두득,  후두득  (관절 꺽이는 소리).

공연 시간으로  동반자들을  완벽하게  낚았던  석원옹은  또   노래한다.
잠겨던  목은  어느새  다시  맑고  고운  목소리를  재생시키고... 
아,   이렇게  따뜻하고  가슴이  뜨거워지는,  이것이  바로   이발관 공연이구나.
우리에게    언니네 이발관 이라는  밴드가  있다는 것이, 또  내가  그들의  팬이라는 것이  자랑스러웠다.
그리고  고마웠다.
어지럽던   내 2011년의  시간들이  이발관 공연을  본 것 만으로도  모두  보상받은 것 같았다.
-  기타치는,  그리고  기타를  메는  석원옹의  모습(그  순간의  옹,  넘 멋져요!!)을  직접 볼 수 있었던 것 만으로도  전 충분히  행복했어요.  


아름다운 떼창이  끝나고  이제  정말  무대를  내려가는  이발사들. 
이젠  더이상  붙잡을 수도  없다.  모든 걸  보여주신  이발사들,  고마워요. 
오늘  이 시간을   잊지 않을께요. 아니,  잊을 수가 없어요. 
감사합니다. 감사합니다.
무대를  내려가는  이발사들.


공연  초반부터  몇 몇 동반자들이  사진을  찍어댔지만  난  옹이  싫어하는 걸  아니까 차마  찍을 수 없겠더라.
게다가  내  휴대폰은  임진왜란때  쓰던  거라  넘 구려서  꺼내기가  창피.ㅠㅠ

하지만   막판에  두 장  찍었다.
눈 앞에서  사라져가는  그들이  너무  아쉬워서.  그들을  놓치기  싫어서.
공연  끝난 뒤니까   옹은  너그러이  이해해 주삼 ~^^

공연장을  나온 뒤,   시원한  맥주 생각이  간절했으나  참았다.
일단  찜질방을  찾아가야 하니까. (인터넷을  통해  알아두었지만   길치인  내 자신에 대한  확신이  없다.) 
또  물어 물어  제대로  찜질방 입성!

아...  오늘  잠들긴  글렀다.
아니,  잠들기  싫다.
오늘 난  이발사들과  가까운 곳에  있으니.
그들과 함께 보낸  이  아름다운  시간들이  사라져갈까  두렵다. 

훨씬  더  비싼  금액의  콘서트도  많이  가봤지만   내게  이만큼의  만족감과  감동을 준  공연은  없었다.
그동안  나의  콘 베스트는   브로콜리 너마저였다.
덕원의  목소리에  울컥해서  눈물을  흘릴 뻔했지만  내겐  역시  이발관이 최고.
아무런  망설임없이  올해  최고의 공연이였다.

다만  아쉬운 것은  27일  공연을 못 본 것.
후기를  찾아보니  역시나  대단했더라.
이날   셋 리스트가  진짜  후덜덜.

어제 만난  슈팅스타,  천국의 나날들,  사라지지 않는  슬픔과 함께  난  조금씩,  팬클럽,  인생은 금물,  유리,  어떤날,  나는, 보여줄 순 없겠지 등등 .
윽...  이런  곡들을  못듣고  오다니.
심지어   보여줄 순 없겠지는  open the door 버전. ㅠㅠ
게다가   주연,정균,룡자가  함께한  회전목마,   주연과 룡자의  아름다운  듀엣곡,  끝없는 이야기까지.

앵콜만  여덟 곡  달렸는데   댄스신이  강림한  석원옹이  박미경의  이유같지 않은 이유를  부르고  룡자가  랩도  했단다.  으흐흑.
그리고  마지막엔  2011년의  시간들.

이번  공연을    라이브 앨범으로 제작한다고 하는데  한 곡도 빠짐없이  다  수록됐음  좋겠다.
26일도  좋았지만  27일이  정말  끝내줬다고  함.
 

27일 공연을  못 본  나를 
확 마 궁디를 주 차삐까! ㅠㅠ
 

윽... 내  기필고  다음부턴  모든  이발관  공연을  놓치지 않으리라.
그때 쯤엔  다시  일하고 있을테지만   병가를  내서라도  꼭.
일부러  꾀병을  부리진 않겠다.
못가면  진짜로  아플테니까.

글구  이제부터  석원옹을  깡패이발사라고  하지  않기로 했다.
26일에  본  옹은  내가  예전에   녹음스케치에서 본  그 (깡패)이발사가  아니였다.
이젠  노쇠해져^^  많이  부드러워진(그러나  여전히   좀  꼬장 꼬장한)원장님 정도?
-  이발이니  관장님이라 해야하나?

ㅋㅋ  그냥  내 생각으로는  대장님이  젤  어울릴 것 같다.
옹이  v홀을  우주선이나  배에  비유하길  좋아하는데  음악이라는  한 배/우주선을   탄  모든  승객(멤버및  동반자)들을  한마디 말로,  작은  움직임 하나로  모두 총괄, 지휘하고  이끌어가는.
독재가  아니라  너무  믿음직해서  그냥  따라가도  맘이  놓이는  그런  대장님.

다음날, 
어제의  흥분이  가시지 않았는지  너무  일찍 깼다.
대장님이  자주  출몰하신다는  홍대 거리를  좀  둘러보려 했으나  너무 춥다.
게다가    새벽이라  문을 연 가게도  별로 없고.

칼바람이  부는  홍대 거리에서  다기는  다짐했다.
일단  건강에  더욱  신경쓰리라.   앞으로도  오랫동안  이발관과  함께 할테니.
그들의  멋진  음악을  오래 오래  들어야 하니까.   이왕이면  건강한 상태로.

글구  좀 더  괜찮은  사람이  되고 싶다.
멋진  이발사들에게  걸맞는   멋진 팬이 되고 싶으니까.

대장님,  룡자, 금동이.
정말  감사합니다.
그리고  고마워요.

모두들  건강하세요.
그래서  멋진 음악  오래 오래  들려주시길.
2012년에  우리 또  만나요...    희열다기    






#  다기의  블로그 대기실

대장님이  책 이벤트 하기 전, 금동이에게  "  대정아!  대기실 형  가방 속에  책 3권 있거든.  그것 좀 가져와. 아, 빨리!!"하며  심부름을  시켰다.
공연 스텝들을  놔두고  굳이  금동이에게  그런 부탁(?)을  하는  대장님이나,   투덜거리면서도  말 잘 듣는  금동이가  넘  귀엽고  예뻤다. ^^


이발관에서  절대  빠뜨릴 수 없는  특급 세션들
*  세렝게티의  리더,  유정균님.
-  개인적으로  윤상 이후  가장  감각적인   베이시스트라  생각함.
눈이  너무  착하게  생겨서  순딩이 같았어요~^^

* 홍대 여신,  건반요정  임주연님.
-  여전히  깜찍하고  예쁘더만요. ^^


글구  이번 공연의  특별세션  
* 천재 기타리스트,  모던 천재   나루님.
대장님은  이렇게  말씀하셨다.
" 원래  이 분이  이런  뒷처리 연주 하실 레벨이  아니예요.  오늘  특별히  우리가  부탁해서  모신거예요."

이 분들의  연주도  정말  끝내줬다.
앞으로  우리,  자주 봐요~~~^^



# 이발사들, 시를 낭송하다!

침묵과 빛, 그리고 작은 기척의 시간 삶의 지식 창고

작년  <바람이 분다, 가라> 출간 후,  어느  문예지와의  인터뷰에서  한강 님은  '한  남자와  한 여자의  아주   조용한  이야기를   쓰고 있다'  하셨다.
그  말씀만으로도   나는  굉장히  기대됐고,  기다려졌다.

지난  여름,   문학동네  홈페이지에서    연재중인   한강님의  소설을  읽었다.
매일 매일은  아니고   가끔씩   몰아서.
그러다  중반부 쯤에  이르렀을  때,   그냥  포기(?)하고  말았다.

그당시  내 맘은  (지금 생각해보면  그다지  심각하지 않았어도  좋았을  이런저런  일들로) 많이   어지러웠기에  한강 님의  진중한  글들이  잘  와닿지 않았다.
눈은  글을  읽고 있었지만  내  지친 마음은   섬세한  글의 호흡과  결을  따라갈 수 없었다.
-  쉬는 동안   많은  책을  읽었다.
하지만  그중엔  마음이 아닌,   눈으로만  읽은  책들도  많았다.
그래서  위 소설은  단행본으로  나오면  좀 더   천천히,  잘  읽(어 보)고  싶었다.
출간  소식을  접하자 마자   가슴이  설렜다.
도서관엔  아직  없을테고...   단골 서점으로  달려가   책을  사는 대신    무작정  서울  교보문고로   갔다.
한국문학  신간  코너에   저자처럼    단아한  아우라를  뿜으며   정갈하게  놓여있는   책.
책  날개 속  작가의   사진이  그동안의   작가소개  사진들보다  좋다.
이렇게   웃고  계시니까.
난  한강님이  웃고 계실 때,  참  좋다.

전작  <바람이 분다, 가라>를  2/3정도  쓰고나서  극심한  슬럼프가  찾아와    원고를  포기할까,싶을 때  (그 후  8개월 동안  아무것도  쓰지  못하셨다고 함.) 정말 고민하는  중요한  문제를  소설만으로  뚫고  나가자고 해서  150매  정도  짧게  스케치하듯  기록한  것이  바로  이  <희랍어 시간>.
-   그 후  버리려고 했던  <바람이 분다, 가라>를  다시  쓸 수  있었다고  함.
  다기같은  독자들에겐  정말  다행스런 일.


*  여자
열일곱 살  겨울, 어떤 원인도 전조도 없이 말을 잃었다가 2년 뒤  도서관을  뜻하는    불어,   '비브리오떼끄'를   힘겹게  발음하면서 - 낯선  언어와  부딪히며 -   다시  말을  얻었다.

하지만  시간이  흘러 이혼을 하고,  어머니를  잃고,   아홉 살 난 아이의  양육권 마저  빼앗긴 뒤 또다시 말을 잃어버렸다.
그녀는  예전에   불어가  그랬듯 (모국어가 아닌  낯선 외국어가  침묵을  깨뜨렸듯 )  말을  얻기위해  사설  아카데미에서  희랍어를 배운다.

*  남자 
가족들을 모두 독일에 두고 십수 년 만에 혼자 한국으로 돌아와  사설  아카데미에서  희랍어를  가르치고  있다.
그는  자신의  할아버지, 아버지가  그랬듯    서서히  시력을  잃고 있다.



말을  잃은  여자와  시력을  잃어가고  있는 남자.
어느날  두 사람은  작은  사건을  계기로  하룻밤을   함께  보내게 된다.

남자의  독백과  여자의  침묵.
두 사람의  소통을   증명해 주는 건   작은  기척들  뿐.

필담을  나눌 땐  남자의  손바닥에   여자가  검지로  글씨를  쓴다.
가늘게  떨리는  획과 점들이  두  사람의  살갗을  동시에  그었다가  사라진다.  소리가  없고  보이지 않는다. 입술도  눈도 없다.  떨림도, 따뜻함도  사라진다.  어떤  흔적도  남기지 않는다.  (p.170)

가늘게  떨며 망설이는 손.  손톱이  지나치게  바투깎여,  그의 살을  조금도  아프게  하지  않던  손가락.  서서히   드러나는  음절.  침이 없는  압정같은   마침표.  서서히  밝아지는  한마디  말. (p. 173)
아,   이렇게  아름다운   대화가  또  있을까.

그  밤,    남자의  독백 중에   너무나  시적인  표현이  있었다.
시간이  더  흐르면......
내가  볼 수 있는 건   오직  꿈에서뿐이겠지요.

...... 장미.
수박을  반으로  가르면  활짝  꽃처럼  펼쳐지는  붉은 속.
연등회 날  밤.
눈송이들.
옛 여자의  얼굴.
그때는  꿈에서  깨어나  눈을  뜨는 것이  아니라,
꿈에서  깨어나   세계가  감기는  거겠지요.
너무나  슬프고도  아름다웠다.

이  책은  두 번 읽었다.
아주  조금씩, 천천히  읽고 싶었지만  나도  모르게  한 번에  쭈~욱!  읽어 버렸다.
그래서  다시  한 번  더.
-  이렇게   아름답고  단단한   문장들이  많은  책을   급하게  한 번만   읽는다면   작가에  대한   예의가  아닌 것 같아서. 

처음  읽었을 때와  많이  다르진 않지만   두 번째  읽었을 때가  더  좋았다.
또 한 번  읽는다면  그땐  더  좋을 것  같다.
한번이  아닌,  계속  계속  읽고 싶은 책이  있다는 거, 
글구  그 책이  내가  좋아하는  작가의  책이라는 게  참  좋다.    희열다기    





#   다기의  블로그 대기실

여자가   희랍어 시간에   예문으로  배웠던  ' 한 여자가  땅에  누워있다.' 와     그 예문에    그녀가  이어  쓴  '목구멍에  눈. 눈두덩에  흙.' 이란  문장을  읽을 땐   한강 님의  단편  <회복하는  인간>이  떠올랐다.
왠지  희랍어 시간을  쓰시면서  구상했던  소설인 것 같다.
작년에  발표하신  작품이니  얼추  맞을 듯.  물론  아닐 수도  있고. (냥  저 혼자  생각해 본거예요.ㅎㅎ)

열다섯 살의  남자가  독일로  떠나기전에   살았던  곳이  수유리였던 것과    여자가   심리치료사에게  자신의  유년기  체험 대신  더  오래전의  기억을  더듬어  말하는 내용 -자신의  위태했던  출생의  과정 - ,    여자가   임종 직전의  어머니에게   어린 시절  식구들이  벌였던   여름  한낮의   물장난  얘기를  들려주는  대목은   작가의  체험이  녹아있는   부분같아서  묘하기도 하고,  반갑기도 했다.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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