어둠을 두려워하지 않는, 밤이 부르는 노래
나는 눈을 감았다. 눈동자. 내 눈동자. 두 개의 검은 눈동자. 어둠을 보지 못하고,
또 믿지 못하는 두 개의 검은 눈동자
<여행할 권리>에서   슨생님이  만주를  여행하실 때  구상했던   소설이  바로  이 작품.
 '상상력은 곧 사랑'이란 말을 믿는다는  박완서  선생님이  '질투하며 한편 존경하며' 읽었다던,  바로  그  소설이다.
-  이 대단한   소설을  점점 더  게을러지고 한층더   원숙해진  나태함을  뽐내는 다기는  한 달 전에  읽고  지금에야  정리하고 있다.  (저 요즘 이렇게 살아요. ㅡ,.ㅡ;; )

1930년대 초,  조선의 혁명가들이 서로를 일제의 첩자로 몰아 500여 명의 희생자를 낳은  '민생단' 사건을  다룬  첫 소설이자  슨생님의  여섯 번째  장편.
작품 분위기가  전작인 <네가 누구든 얼마나 외롭든>을  자연스레  떠올리게  만든다.

집에선  줄창  TV만 보다 잠드는  다기에게   이 책은  출,퇴근하는  셔틀버스 안에서만 
읽는,  말그대로  '한정된  독서'였다.
덜컹거리는  버스 안에서   다기는  정희에 대한  해연의  사랑에, 또  용정의 칼바람에 맘이  아팠고,  여옥과  해연의  사랑에  가슴이 설랬으며,   역사의 격량에  휩쓸린  주인공들이 서로에게  총을 겨누는  장면에선  속이 다  울렁거렸다. 
좋아하는  영화나  드라마에  '닥빙'잘하는  체질답게,  마치 내가  그 현장에  있는 것처럼.
그  슬픈  피냄새 때문에   속이  미슥거렸고(완죤~~  공감각적인 독서),  맘이  너무
아팠다.

역사 속   무거운 사건을  다루는  진중한  소설이지만
주인공 김해연의  개인적인 고뇌 - 사랑을 잃고 믿을 수 있는 게 아무것도 없는 그 시간을 살아가는  고통 - 를  다룬 부분을 보면 성장소설, 해연과  두 여인(정희, 여옥)의  사랑을 다룬  부분을 보면   애정 소설로  읽어도  좋을만큼  슨생님의 문장들은, 특히  '달달한'  표현들은  반짝반짝  빛을 발한다.
-  읽은 사람들만이  느낄 수 있는,  해연과  여옥이  사랑을 나누는 장면의  그 아름답고 짜릿한 서사!

예전에도  느꼈지만   이  소설을  통해  확실히  깨달았다.
이렇게 시침 뚝!떼고 있지만
슨생님은  역시   연애를 하거나   사랑을 나누는 장면  묘사의  달인. ^^


*  인상적인  구절
"그렇다면 나도 사랑이란 걸 한번 해보죠."
그 말에 나카지마가 한쪽 눈을 치켜떴다가 다시 감았다.
"그건 네 인생을 완전히 바꿔놓을 거야."  (p.26-27)

자신의 운명에 대해 알고 싶다면 지금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어야만 할 것이다. 자신이 무엇을 간절히 소망하고 무엇을 그토록 두려워하는지 알게 되면  자신이 누구인지 말할 수 있을 것이다.  ( p. 247 )
 
사랑에 빠지면 자연의 아름다움이 전에 없이 더 또렷해진다는 건 바로 그 때 알았다.  세상의 모든 아름다움이란 함 사람의 아름다움을 대체하는 것들이었다. 그러나 결국 깨닫게 되는 것은 그 어떤 아름다움도 그리운 단 하나의 얼굴에는 비할 수 없다는 것이었다.
-  착한 동물에겐  좀 미안하지만  전혀  그렇지 않던걸요.
(착한 동물은  非꽃돌이니까  어쩌면 당연한  결과.  착한 동물은   섭섭해하지 말것. 
사실은  사실이잖아욧! )

그리고  이렇게  시작하는
"지금 어디에 있나요? 제 말은 들리나요? 어쩌면 이건 나의 처음이자, 마지막 편지겠어요...”   정희의  편지.

아!   여기 창고에  옮겨놓고  자주자주  읽고싶은 구절이    정말  많은데  이쯤에서  생략.
(왜냐,  지금은  넘  바빠서  포스팅을 자유롭게  할 수 없을 뿐만 아니라  이 책은  지금  다기의  책장에  고이  모셔져 있는  다기 소유의 책.  -  이 사실이  넘  기쁘당! ㅋㅋㅋ)

작년 겨울,  
처음  몇 장을  읽었을 땐  머리가  조금씩  아파오면서 험난한  독서가 되겠구나,걱정했었는데  68쪽을  지나면서   이야기에  퐁당! 빠져버렸다.

게다가   자기 주관이  뚜렷하고,  자신을  당당하게  잘 표현하며, 늘  노래하면서   씩씩하게  살아가는 여옥이가  어찌나  예쁘고   부럽던지...
슨생님  소설 속  인물 중(단,  다기가  읽은  작품들 중에서)  가장  사랑스런  캐릭터였다.  

2009년  가을, 다기는
1930년대  북간도 용정,  팔가자, 어랑촌  사람들의   이름을  조용히  불러본다.
김해연, 이정희, 박도만, 최도식, 박길륭,  나카지마, 그리고 여옥이...   

그들이  부르는  밤의  노래.
다기가  듣는  가을 노래.  
슬프고  아프지만  꼭  기억해야 할  노래.  희열다기  

#  다기의 블로그 대기실

슨생님은  위의 소설을 쓰시는 동안 캐나다 출신의 월드뮤직 가수 Matthew Lien과 독일의 고딕메탈 듀오 Mantus,   김윤아의 2집 앨범이 큰 도움이 됐다고 하네요.



[신년기획] 작가가 뽑은 작가의 책 ② 박완서 → 김연수의 『밤은 노래한다』
(2009. 1.12.   중앙일보 )

소름 돋는 상상력... 질투한다, 존경한다
소설가 박완서(78)씨는 1930년대 초 북간도를 배경으로 한 김연수(39)씨의 장편소설 『밤은 노래한다』를 독자들에게 권하고 싶은 책으로 꼽았다. 박씨는 『밤은…』에 대해 “아직도 생존자가 있는 최근세사를 소설화하기 위해 치밀한 취재와 긴 시간, 체력을 투자한 젊은 작가의 패기가 느껴지는 작품”이라고 평했다. [중앙포토]

김연수씨의 『밤은 노래한다』가 1930년대의 동만주를 배경으로 씌어진 소설이라는 걸 알고 처음엔 좀 당혹스러웠다. 마치 내가 맡아놓은 자리를 빼앗긴 것처럼 섭섭하고 억울한 느낌까지 들었다. 누가 시키거나 권한 것도 아닌데 그쪽 이야기는 꼭 내가 써야 할 것 같은 의무감을 오랫동안 품어왔기 때문이다.

언제부터 왜 그런 생각을 품게 되었는지는 확실하지 않다. 아마도 어린 시절부터 사춘기에 걸쳐 나에게 강한 인상을 남긴 남부여대(男負女戴), 만주로 떠나는 일가족을 가까이서 볼 기회가 많았다는 것도 있고, 고향마을에 하룻밤 사이에 집을 비우고 감쪽같이 사라진 일가가 있었다는 것하고도 관계가 있을 것이다. 기차 타고 만주로 떠나는 가족들은 6·25 때 피난민보다 남루했고, 하룻밤 사이에 비운 집은 단지 빈 집이라는 것 이상의 공포감을 자아냈다. 순사와 빚쟁이들이 남은 세간을 몇 탕 뒤지고 나자 빈집은 버틸 기운을 잃고 휘청거렸고, 아이들은 가까이 가기를 꺼렸다.

무너질까봐 또는 도깨비가 나올 것 같아서 무서운 것하고는 다른, 막연한 외경심을 품었던 것은 어른들이 그들이 떠나간 곳을 간도(間島) 어쩌구, 수군거리면서 짓는 우러름의 표정 때문이었을 것이다. 그 우러름은 그 빈집에 대한 신비감을 더 했다. 해방이 되자 동네 사람들은 그 집주인의 금의환향을 기다리는 눈치였지만 내 고향이 휴전선 이북 땅이 될 때까지도 나는 그들의 귀향을 보지 못했다.

교포들이 많이 산다는 연길 쪽 가기가 내 고향땅 가기보다 쉬워지게 되자마자 내가 연길을 방문했던 것은 특정한 누군가를 궁금해 하거나 보고 싶어서가 아니라 어린 마음에 존경심과 신비감을 자아냈던 분들의 후손들의 지조 높은 삶에 대한 기대 때문이었다. 그런 귀한 것이 아무데나 굴러다닐 턱도 없거니와 자본주의에 막 물들기 시작한 그들이 나에게는 뜨악하기만 했다. 그때 동행한 분은 오랫동안 알고 지내던 재야 사학자여서 그쪽에 학자들을 소개받기도 했지만 나는 취재하고 싶은 호기심조차 일지 않았다.
나는 김연수라는 작가를 질투하며 한편 존경하며 이 소설을 읽었다. 내가 섣불리 집적거려 놓지 않기를 참 잘했다는 안도감도 숨기지 않겠다. 아직도 생존해 있는 증인도 적지 않을 최근세사를 이만큼 성공적으로 소설화하기 위해서는 얼마나 치밀하고 참을성 있는 취재와 긴 시간과 체력을 투자했을까, 그건 내가 감히 넘볼 수 없는, 패기 있는 젊은 작가만의 특권이다.

더 부러운 건 그의 상상력이다. 나는 상상력은 곧 사랑이란 말을 믿는 사람인데 나에게 부족했던 건 거기서 그 시대를 살다간 사람들에 대한 사랑이었다. 그러나 내가 이 끔찍한 이야기를 마치 내가 경험한 것처럼 소름 돋는 느낌으로 읽은 것은 아직도 내 안에 생생한 동족상잔의 기억 때문일 것이다. 민족과 국가를 위한다는 명분하에 민족과 국가를 위한다는 저희들끼리 서로 얼마나 못할 노릇을 해왔던가. 그건 우리 근세사의 어둠일 뿐 아니라 우리 자신 속의 어둠이다. 어둠을 두려워하지 않고 빛을 들이댄 작가의 용기에 찬사를 보낸다.

◆『밤은 노래한다』(문학과지성사, 2008년)=김연수(39)씨의 여섯 번째 장편소설. 1930년대 초 북간도의 조선인 사회를 뒤흔들었던 ‘민생단’ 사건을 소재로 삼았다. 조선의 혁명가들이 서로를 일제의 첩자로 몰아 500여 명의 희생자를 낳은 비극적 사건이었다. 자신의 의도와는 관계 없이 사랑 때문에 복잡한 정세와 얽혀버린 한 청년의 고뇌를 그려낸 작품이다.



◆박완서=1931년 경기도 개풍군 출생. 70년 장편소설 『나목』으로 데뷔했다. ‘영원한 현역작가’이자 ‘한국문학의 대모’라 불린다. 대표작으로 『그해 겨울은 따듯했네』 『너무도 쓸쓸한 당신』 『친절한 복희씨』 『마른 꽃』 『그 남자네 집』, 동화집 『자전거도둑』, 수필집 『꼴찌에게 보내는 갈채』『호미』 등이 있다. 황순원문학상·이상문학상·동인문학상·대산문학상·만해문학상·호암상 예술상 등을 받았다.
by 다마네기 | 2009/10/08 15:53 | 삶의 지식 창고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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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22 00:07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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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23 17:04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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