그녀가 웃었다.
꼬질이네가  영월에서의 생활을  정리하고  지난  금요일,  다시 강릉으로  돌아왔다.
집안 곳곳을  짱구의  눈썹처럼  촘촘하게  메우고있는  깊고  짙은  슬픔과  우울...


결국   우린  이사 가기로 결정했다.
꼬질 내외의   '새로운  곳에서  모든 걸 다시 시작'하고 싶어하는   마음이  너무나  크고  절실하므로.
특히  꼬질댁에겐 더욱 더.

사악이가  부동산 쪽 일을 하는  친구에게   매매,전세,월세 상관없이,  제 값을 못 받더라도  무조건 빨리 팔아달라고  부탁했었기에 종종  울 집에는 집을 보러오는 사람들이  방문했다.
짙은  우울이  감싸고 도는   어수선한   집 속,     슬픈 얼굴의  사람들.
인상이  상당히 좋아보이는  노부부는   사악이가 제시한  금액으로  매매를  원하기도 했지만  '왠지 어수선해 보인다'는  이유로   계약은  성사되지 않았고 (아무래도   우리의  우울한  얼굴이  왠지모를  꺼림직함을  제공했을것이다.) 전세로  들어오려는  신혼 부부도  그냥  살짝만 둘러보고  갔더랬다.
내가  그들이였어도   얼이  쏙!빠진  쾡~한  얼굴로   아무런  의욕없이   집보러 온 사람들을 맞이하는 사람들이 사는,  그런 집으론  왠지 입주하기 싫었을  것이다.
그들은  우리의 사정을  알턱이  없을테니  어쩜  당연한 결과.

어제  집에 갔더니   아무도  없었다.
혼자  밥을 먹고  치우고 있는데   얼굴이  조금 밝아진  꼬질이네가  들어왔다.
이사갈  집을  보고 왔는데  깨끗하고  집값도  괜찮은 곳이더라고,  게다가   월세로 들어오고 싶어하는  사람들이  있어서  빨리  이사갈 수 있을 것 같다고...   이런 얘길 하는 
꼬질댁의  얼굴에 무언지 모를  빛이  서렸다.
조금 뒤에  집 보러   사람들이  올 거라며   기대감에  들뜬  꼬질댁의 얼굴이  왠지 낯설기도 하고,  슬프기도 하다가    기괴하게까지  느껴졌다.

약속한 시간을 조금 넘겨  집을 보러온  젊은 부부.
뭔가  생각한  바가 있었는지  이번엔  꼬질댁이  힘겹게  방실방실 웃으며(웃는  연기를  하며) 손님들을  맞이했다.
울 집에서  가까운 곳에서   가게를 하는  그들은  가게랑  가까운  집을 얻고 싶었는데  넘 잘됐다며   허름한  우리 집도  아주  만족해했다.
집도  넓고  깨끗하다며.  (걍 인사치레였겠지.)

암튼   그 부부가  울 집을  맘에  들어했기에, 또  우리가  이사갈  집에선  언제든지  집을 비워줄 수 있다고 했기에,  우린  손이 없는 날인  담주 금요일에  이사를  하게 됐다.
모든 것이 귀찮고  게으른 다기는  '이사'라는 걸  무진장 싫어하지만    이번엔   귀찮아하지 않겠다고  다짐했다.
이사 덕분에, 어쨌거나  언니가   웃었잖아.
거의  12일 만에  처음으로.

이사갈  집은   같은 노암동이지만  지금 집이랑은  거리가  좀 있는,  더  넓고  좋은
아파트.
다시 예전처럼  복닥복닥  살게 되겠지만    다기는  이제  자노(자발적인  노예)가 될 생각이다.

부디 그곳에선  좋은 일들이 많이 생겼으면...
무엇보다  꼬질댁이  많이 웃(을 수 있)었으면 좋겠다. 
억지가 아닌,  자연스런 웃음을.   희열다기  



#  이사

-  윤상

이젠 출발이라고 문을 두드리는 소리
한낮의 햇빛이 커튼 없는 창가에 눈부신 어느 늦은 오후
텅 빈 방안에 가득한 추억들을  세어보고 있지, 우두커니

전부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너의 기억들을
혹시  조금 남겨두더라도  나를 용서해,  날 미워하지마


녹슨 자전거 하나, 겨우 몇 개의  상자들 
움켜쥔 손에는  어느샌가  따뜻해진 열쇠
그게 다였는데  결국 다 그런 거라고 
내 어깨를  두드려줄  너는  어디 있는지

전부 가져가기에는 너무 무거운 너의 기억들을
혹시  조금 남겨두더라도  나를 용서해,  날 미워하지마

전부 가져가고 싶어, 곳곳에 배인 너의 숨결까지
손때 묻은 열쇠 두 개가  닫힌 문 뒤로 떨어지는  소리
by 다마네기 | 2009/10/28 13:51 | 노랫소리 | 트랙백 | 덧글(2)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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Commented at 2009/10/31 18:23
비공개 덧글입니다.
Commented by 다마네기 at 2009/11/02 12:12
시간이 흘러 조금 덜 아파지면 저도 타인의 아픔을 많이 나누고, 또 사랑하며 살 수 있겠죠.
빨리 그런 날이 오길...

여러모로 고맙습니다.
언니의 말씀 하나하나가 제게 큰 힘이 된답니다.
글구 다시 전 예전처럼 철없이, 또 밝게 살아갈 거예요. (그러고 싶어요.)

우리 가족에게 닥친 아픔과 시련은 우리를 좀더 강하게 만들어 줄 거예요.
열심히 살아야죠, 모두.

오늘 강릉엔 첫 눈이 내렸어요.
11월 초에 내리는 함박 눈.
춥지만... 또 새롭네요.
감기 조심하시구요~~~

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